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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본 정치적 술책에 속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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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19-10-2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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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방문한 것은 막혀 있는 한일관계를 뚫어보자는 우리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봐야 했다. 이 같은 우리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듯 아베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우리 이 총리와의 회담을 제안했고 기대감은 한껏 팽창했다. 그러나 한일간의 핵심 쟁점인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놓고 서로의 입장만 되풀이 한 채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어쩌면 예견된 결과인지도 모른다.

  당초 이 총리와 아베의 만남은 10분 정도로 예정돼 있었다. 도대체 10분 만에 무슨 이야기를 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양국 정부의 책임 있는 인물이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본다는 점에서는 기대를 걸만했다. 거기에서 뜻하지 않은 합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건 지나친 기대였다. 20분을 넘긴 회담의 결론은 아베의 발언으로 교착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아베는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이 국제법을 어겼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아베의 첫 진술은 무난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는 회담에서 "한일관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지만 중요한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무언가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할 듯했다.

  그러나 아베는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달라"고 이 총리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의 발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이에 따른 경제협력자금 지원 등으로 강제징용과 관련된 배상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에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기존 일본 정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여기에 이 총리가 뒤로 물러설 리는 만무했다. 이 총리는 "한국은 협정을 지키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한일 양국이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발언했다.

  이 총리와 아베의 만남에서 또 하나의 기대감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의 정상회담 성사 여부였다. 그러나 이번 두 사람의 만남에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아베가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 간 의사소통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은 일정부분 전향된 발언이었다.

  한일간의 관계개선은 당분간 요원할 것 같다. 두 국가간의 생각이 평행선을 달리기 때문이다. 결국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오랜 기간 냉각기를 벗어나기 힘들 처지다. 그렇다고 일본의 요구대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부정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일본의 억지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그 교묘한 정치적 술책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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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